나는 왜 고점에 물렸는가 — 코스피가 6월 22일에 보낸 신호
코스피는 6월 22일 9,114에서 꺾여 5,593까지 내려왔습니다. 그 자리에 두 가지 하락 신호가 겹쳐 있었는데도 저는 샀습니다. 무엇을 놓쳤는지 날짜와 숫자로 되짚습니다.
2026년 6월 22일 코스피는 9,114.55로 마감했습니다. 지금 와서 보면 그날이 꼭대기였습니다.
38거래일 뒤인 7월 30일 지수는 5,593.56. 38.6% 빠졌습니다.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291만 9천 원에서 132만 2천 원이 됐습니다.
저는 그 SK하이닉스를 250만 원대에 샀습니다.
꽤 크게 물려 있는 상태입니다.
그 자리에 두 가지가 겹쳐 있었습니다
나중에 같은 차트를 다시 열었습니다. 이번엔 지표를 다 켜고요.

하나, 오르는 힘이 세 번 연속 빠지고 있었습니다
지수는 5월 11일 7,899, 6월 2일 8,934, 6월 22일 9,253으로 계속 신고가였습니다. 그런데 같은 세 시점의 RSI는 83.9, 76.7, 66.6이었습니다.
가격은 올라가는데 RSI는 계단을 내려갑니다.
RSI는 최근 오른 날과 내린 날의 힘을 견주는 값입니다. 가격이 신고가인데 이 값이 낮아졌다는 건, 새 고점을 만드는 데 들어간 힘이 지난번보다 약했다는 뜻입니다. 이 어긋남을 하락 다이버전스(bearish divergence)라고 부릅니다.
한 번은 흔합니다. 세 번 연달아는 얘기가 다릅니다.
둘, 차트가 상승확대쐐기를 그리고 있었습니다
같은 기간에 모양도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.
5월 20일부터 코스피는 고점과 저점을 둘 다 높이면서 올라갔습니다. 그런데 위아래 폭이 좁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벌어졌습니다. 이런 모양을 상승확대쐐기(ascending broadening wedge)라고 합니다.
올라가는 중인데 흔들림이 커진다는 건, 사는 쪽과 파는 쪽이 둘 다 격해졌다는 뜻입니다. 방향은 위인데 합의는 무너지고 있는 상태죠. 그래서 이 모양은 상승 도중에 나와도 하락 전환 신호로 봅니다.
6월 22일 고점은 이 쐐기가 그려지는 한복판이었습니다.
성격이 다른 신호 둘이 같은 자리에서 만났습니다. 하나는 힘의 문제(다이버전스), 하나는 모양의 문제(쐐기)입니다.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킨 겁니다.
이 자리에서 필요한 건 예측이 아니라 태도입니다. 파는 걸 고려하거나, 최소한 새로 사는 건 멈추거나, 어디서 자를지 정해두거나.
그런데 저는 샀습니다
지수는 9,000을 넘어가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계속 오른다는 얘기만 들렸습니다.
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.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 올라가더군요. 여기서 안 사면 나만 놓친다는 마음을 결국 못 이겼습니다.
차트를 안 본 것도 아닙니다. 열어는 봤어요. 다만 캔들이 우상향하는 것만 보였습니다. RSI 창은 밑에 있었는데 그 선이 내려가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고, 위아래로 벌어지는 모양에 이름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.
오르는 이유는 눈에 보이고 멈출 이유는 안 보였습니다. 지나고 나서야 “그때 사지 말걸” 하는 거죠.
열흘 뒤에 확정됐습니다
7월 2일, 쐐기의 아래쪽 지지선 7,759가 깨졌습니다. 모양이 무너진 겁니다.
같은 날 하나가 더 붙었습니다. 헤드앤숄더(head and shoulders) 붕괴입니다. 봉우리 세 개 중 가운데가 가장 높은 모양인데, 6월 2일 8,934가 왼쪽 어깨, 6월 19일 9,386이 머리, 6월 25일 9,044가 오른쪽 어깨였습니다. 세 봉우리의 발목을 잇는 목선 8,539도 같은 날 뚫렸습니다.
| 시점 | 신호 | 지수 |
|---|---|---|
| 6월 22일 | 하락 다이버전스 연속 확정 | 9,114 |
| 7월 2일 | 상승확대쐐기 하단 이탈 | 7,759 이탈 |
| 7월 2일 | 헤드앤숄더 목선 붕괴 | 8,539 이탈 |
| 7월 21일 | 하락 플래그 이탈 | 6,747 |
확정을 기다렸다면 이미 늦었습니다. 7월 2일에 알아차렸어도 고점 대비 상당 폭이 지나간 뒤입니다.
SK하이닉스는 더 일렀습니다
지수를 끌고 가던 종목이라 모양이 닮아 있었습니다.

6월 1일 239만 8천 원에 RSI 81.9. 6월 22일 294만 5천 원에 RSI 76.2. 가격은 23% 올랐는데 RSI는 오히려 내려왔습니다. 코스피와 같은 날입니다.
거래량도 달라졌습니다. 고점 전 20거래일 평균이 553만 주였고 이후 28거래일은 648만 주. 17% 늘었습니다.
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량은 오히려 19.6% 줄었습니다. “떨어질 때 거래량이 는다”는 말이 지수에서는 안 맞았습니다. 거래량은 종목별로 따로 봐야 합니다.
그래서 이걸 봤으면 안 물렸을까
아닙니다.
같은 신호로 10년치를 세어봤습니다.
- 대상: 코스피·코스닥 2,566종목
- 기간: 2016년 7월 25일 ~ 2026년 7월 31일
- 규칙: 신호 당일 종가 매수, 20거래일 뒤 종가 매도. 손절 없음
- 표본: 18,928건
- 거래비용: 반영 안 함
하락 다이버전스 뒤 20거래일 승률은 42.1%였습니다. 아무 날이나 산 경우가 45.1%니까 더 나쁩니다. 방향성은 있습니다.
뒤집으면 절반이 훨씬 넘는 경우엔 그런 하락이 오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. 6월 22일에 이걸 봤다고 해서 “38% 빠진다”를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.
알 수 있었던 건 이 정도입니다. 지금 올라가는 힘이 세 번에 걸쳐 약해졌다. 모양도 흔들리고 있다. 통계적으로 평균보다 불리한 자리다.
그거면 행동은 달라집니다.
소는 잃었지만
이번에 배운 건 지표 이름이 아닙니다. 차트를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는 습관이 없었다는 겁니다.
가격만 보면 오르는 날은 다 좋아 보입니다. RSI 고점이 낮아지고 있는지, 위아래 폭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매번 확인해야 보입니다. 그리고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보고 있어야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. 6월 22일 하루만 봤다면 저도 아무것도 못 봤을 겁니다. 5월 11일, 6월 2일과 나란히 놓아야 RSI가 내려가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.
6월 22일에 이 값들은 전부 계산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. 공개된 가격 데이터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. 제가 안 봤을 뿐입니다.
외양간은 고쳐야죠.
이 글은 “이 신호를 보면 고점을 피한다”는 얘기가 아닙니다. 42.1%입니다. 봐도 절반 넘게는 다르게 흘러갑니다.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지금이 불리한 자리라는 걸 아는 것의 차이일 뿐입니다.
정리
- 6월 22일 코스피 9,114.55가 이 구간의 최고 종가였고, 그 자리에 하락 다이버전스 연속과 상승확대쐐기가 겹쳐 있었습니다
- 열흘 뒤 7월 2일 쐐기 하단과 헤드앤숄더 목선이 같은 날 무너졌습니다
- 이후 코스피 −38.6%, SK하이닉스 −54.7%
- 같은 신호의 10년 승률은 42.1%. 방향성은 있지만 확정은 아닙니다
- 확정을 기다리면 늦습니다. 그래서 주기적으로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